이영훈,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 백년동안, 2018
- 2018/04/13
이영훈,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 백년동안, 2018
▶ 「환상의 나라」시리즈를 시작하면서
“환상의 나라, 그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아주 좋다, 멋지다, FANTASTIC하다, 그런 뜻의 환상이 아니다. 허상이다, 착각이다, ILLUSORY하다, 그런 뜻의 환상이다. 모두가 믿어 의심치 않는데, 따져보니 근거가 없다, 사실이 아니다, 심지어 거짓말로 판명된다, 그런 것이 내가 말하는 환상이다.
환상은 인간들을 큰 신뢰와 협동으로 이끌 수 없다. 환상이 빚은 역사와 현실의 간격은 정신과 육체의 분열을 야기한다. 환상은 그 자체로 반과학이다. 환상은 직시되어야 하며, 적절한 대안과 더불어 극복되어야 한다. 신생 대한민국의 지식인이 감당할 시대적 과제였다. 지난 70년의 건국사를 돌아볼 때 대학을 비롯한 지식사회가 그에 제대로 부응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지식사회는 환상을 조장하는 역할에 골몰하였다. 그 결과 오늘날 이 나라는 갖가지 환상의 굴레에 심하게 옥죄인 가운데 숨쉬기도 어려운 지경이 되고 말았다. 안으로는 한 국민이라 하기 힘들 정도로 이념의 대립이 심한 가운데 밖으로는 우방과 공연한 마찰을 일삼고 있다.
2016년 5월부터 3개월간 어느 인터넷 매체에서 ‘환상의 나라’라는 제목의 강의를 한 것은 그 같은 위기감에서였다. 모두 12개 주제였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컸던 순서로 몇 개를 나열하면,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 ‘나라는 누가 팔았는가’ ‘우리 민족, 그 불길함’ ‘위안소의 여인들’ ‘환상의 통일론’ 등이다. 지금의 이 책은 제1강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의 강의노트를 학술서로 평가받을 수 있는 분량과 형식으로 확장한 것이다. 나머지 강의에 대해서도 하나씩 같은 식으로 단행본을 출간할 계획이다.”